아침에 옷이 더러워 진 듯하여 책상 서랍에서 휴대용 세척제를 꺼냈다. 휴대용 세척제는 액체 형태로 되어 세제처럼 옷에 묻은 얼룩을 닦아주는 것이다. 회사에서 옷이 더러워지면 하루 종일 거슬리기 때문에 책상 서랍에 이것을 넣어둔 것이다. 그런데 쓰려고 보니 다 썼는지 아니면 액체 형태로 되어 어디로 새버린 것인지 내부가 바싹 마른 빈 용기만 있었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굳이 이렇게 따로 보관하는 것은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서인데, 정작 필요할 때 쓰지 못한다니. 지웠어야 하는 얼룩을 안고 사는 하루는 상쾌하지 못하다. 아마도 지난번 쓴 다음 주의 깊게 보았다면 여분의 세척제를 더 가져왔을 것이다. 누구도 내 소매에 묻은 얼룩 정도는 신경 쓰지 않겠지만 이런 날은 어쩐지 소극적이게 된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여름이라 하지 않아도 되는 넥타이는 왜 계속 하고 다니십니까?” 나는 그럴 때 그저 “글쎄요, 그냥 넥타이를 하는 것이 더 괜찮지 않나요?”라고 대답한다. 사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넥타이를 하면 좀 더 멋있게 보인다. 아마 그 대답을 듣는 상대방은 내가 굉장히 멋을 부리는 타입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이 아니듯, 내가 넥타이 하나 더 맨다고 무슨 영국신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나 역시도 능히 아는 점이다.

나는 아침에 넥타이를 매면서 항상 준비되어 있기를 소망한다.일기일회(一期一會). 오늘 나의 일생에 단 한 번의 어떤 만남, 소중한 누군가 또는 좋은 기회라도 스쳐간다면 좀 더 준비된 상태에서 만나고 싶다. 물론 우리의 생각은 육체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그러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천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바른 옷차림을 하고 자세를 바로 한다면 없던 자신감이라도 생겨나지 않을까? 혹자들은 상점에서 옷차림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태도가 있다 비판한다. 물론 인격은 겉모습에 의해 차별의 대상이 되서는 안된다. 그러나 바꿔 생각하면 준비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섣불리 대하지 못 하거나 본능적인 경계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한 개인의 입장에서 대접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2015.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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